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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및 기고

부부강간죄 성립, 그 의미와 인정범위_법무법인 대교 김채영변호사

by 김채영변호사 2013. 6. 26.

 

 

 부부강간죄 성립, 그 의미와 인정범위_법무법인 대교 김채영변호사

 

 

 

부부강간죄 성립, 그 의미와 인정범위

얼마 전 밤늦게 귀가하는 아내에게 남자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며 추궁하다가 남편이 아내를 흉기로 위협한 후 성관계를 가진 사건이 있었다. 이 남편은 1, 2심에서 강간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3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위 사건의 상고심인 대법원은 형법 제297조에서 규정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법률상의 처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여 ‘부부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그동안은 별거를 하는 등 사실상 이혼상태인 부부에 한해서 강간죄가 적용된 적은 있었지만,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는 강간죄가 적용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 아니라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부부강간죄의 성립을 부정한 종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한 것이다.

 

부부간 동거의무가 강요된 성관계에 대한 의무라고 볼 수 없어

형법 제297조는 ‘부녀를 강간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부녀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며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기 때문에, 문언 해석상으로도 법률상 처가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된다고 함에 있어 아무런 제한이 없다.

 

아울러 이는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현재 혹은 장래의 배우자인 남성을 전제로 한 관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사회 일반의 보편적 인식과 법 감정을 반영한 것이다.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되더라도 폭행ㆍ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성관계를 참아내야 할 의무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내용, 가정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 형법의 체계와 그 개정 경과 등에 비추어,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는 법률상 처가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변경되기 전에도 남편이 폭행ㆍ협박의 방법으로 아내와 성관계를 가진 경우에 방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에 있어서 부부간에는 동거의무 및 성적의무가 있기 때문에 강요죄나 폭행ㆍ협박죄 등으로 처벌되었다.

 

부부간 성의식,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외국의 경우에는 이미 부부간의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1981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미국은 1984년 뉴욕주 항소법원 판결을 비롯하여 부부간 성폭행 인정 판결이 확산하였고, 영국은 1991년 최고법원 전원합의체 유죄판결로 부부 강간죄 유죄를 인정하였다.

우리나라 부부강간죄 성립에 대한 반대 의견자는 “부부는 특수한 관계이므로 국가가 사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반론하고 있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부부사이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실무에서 보면, 부부간의 폭행ㆍ협박의 정도가 심각한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국가가 방치해서는 안 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물론, 간혹 이혼에 임박하여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 부부강간죄를 이용하는 경우도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한 강제 성관계만 처벌하도록 명시했지만, 우리나라 부부 간 성의식에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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